18화. 와인은 숙성된다!? 와인의 적정 음용 시기

2022-09-30
조회수 1769


오늘도 어서 오세요~ 와인을 정말 쉽게 알려주는 뜨루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뜨루학교에서 뜨루민들에게 재미나고 유익한 와인 강의를 진행하는 찐 와인 러버 빅코입니다! 👃


여러분, 혹시 누군가로부터 "이 와인은 10년 뒤에나 오픈해서 마셔야 해. 지금은 마시기 너무 일러!", "이 와인은 지금 마셔도 맛있지만, 숙성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몇 년 더 셀러에 두어도 좋겠는데?" 등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주변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을 참 많이 듣는데요, 이러한 소재는 항상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왜 이런 얘기가 자주 나오는 걸까요? 그리고 정말로 와인에는 시음 적기가 존재할까요?


와인은 숙성된다!?

먼저, 와인과 관련된 세 가지 사실을 알고 있으면, 이에 대한 이해가 쉬울 거예요.


@Unsplash


① 화학반응으로 인한 변화: 와인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천천히 변화해요. 그리고 이 변화는 코르크 마개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는 와인에서도 천천히 일어난답니다.


② 복합미 & 구조감 & 균형감의 발전 및 개선: 화학반응으로 인한 와인의 변화 과정에서, 와인이 초기에 가지고 있던 신선하고 강렬한 과일 향은 점차(조금씩) 줄어들고, 과일 향 외의 풍미들은 추가적으로 더해집니다. 그리고 와인의 타닌(레드 와인의 경우)도 더욱 부드러워지는 경향이 있죠. 즉,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통해서 와인은 복합적인 풍미를 가지게 되고, 그 풍미의 구조감과 균형감은 더욱 발전/개선된다고 할 수 있어요.


③ 모든 와인이 ②의 과정을 겪는 것은 아니에요. 생산된 와인의 원재료인 포도 품질이 (아주) 뛰어난 경우에만 와인은 숙성 잠재력을 가질 수 있어요. 쉬운 예로, 병입된 지 수년(5년 내외)이 지난 저가의 와인들은 산화로 인한 불쾌한 풍미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좋은 와인*들만이 ②의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죠. 


*좋은 와인에 대한 기준: 좋은 와인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기준은 가격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5~10만 원 그 이상의 가격대를 가진 와인들이 그러하다고 할 수 있죠. 왜냐하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이유 자체가 좋은 품질의 포도를 통해 좋은 와인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와인들은 대체로 숙성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가격이 비싼 와인이라고 해서 모든 와인이 장기간 보관 과정에서 풍미의 혜택을 본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풍미의 변화가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지려면 그에 적합한 와인 스타일이 되는 게 우선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 루아르 > 상세르(Sancerre) 지역은 프리미엄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와인 산지로서 명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러한 와인을 굳이 장기간 숙성시키지 않습니다. 신선하고 산뜻한 풍미 자체가 더욱 매력적인 와인이기 때문이죠.


와인의 적정 음용 시기는!?

와인은 변화하고, 그 변화가 긍정적일 수 있다면 와인의 적정 음용 시기는 언제가 되는 것일까요?


일단은 이 주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릴게요! 왜냐하면 이는 전적으로 와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관점/태도에 따라서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전문가 A: 좋은 와인은 지금 당장 따라 마셔도 충분히 맛있어야 하는 와인이죠! 와인을 고이 모셔두고 10년이고 20년이고 기다린다는 게 말이 되나요?

🙅전문가 B: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절대 아니죠. 숙성 잠재력이 있는 와인을 어린(young) 상태에서 마시는 것은 적당한 수준의 와인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마시는 것과 같기에 가성비가 떨어지는 거 아닐까요?


이해가 되시나요?😄 두 사람의 관점은 완전히 상반된 것이죠? 이렇듯, 와인의 숙성과 적정 음용시기에 대한 판단은 와인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관점과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 편에서도 강조했던 말이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의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였죠? 이 경우도 같은 케이스로 볼 수 있을 텐데요. 어떤 소비자는 과일 향 뿜뿜 하는 상태의 와인을 더 좋아할 수도 있는 반면, 누군가는 적당한 숙성을 통해 과일 향과 숙성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상태의 와인을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또 다른 누군가는 산화된 캐릭터가 강하지만, 입 안에서는 강한 감칠맛이 감도는 상태의 와인을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죠. 즉, 똑같은 와인을 두고도 시음 적기라는 것은 개개인이 선호하는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적정 음용 시기에 대한 빅코의 입장은?

그러면,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제 입장을 말씀드려 볼게요! 저는 기본적으로는 '좋은 와인이라면 지금 마셔도 좋은 와인이어야 한다!'는 의견에 조금 더 치우친 편이긴 해요. 실제로 숙성 잠재력이 있는 와인들을 비교적 최근의 빈티지로 마셨을 때에도 너무 맛있다고 느낀 적이 거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빅코! 너에게 2017~2019년 빈티지의 10~20만 원대 와인이 있고,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해당 와인의 적정 음용 시기는 2028년부터라고 하는데, 너는 언제 마실 거야?"라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그 와인을 마셔도 좋을 상황이라면 과감하게 오픈해서 마실 거라고 답할 거예요.


@Unsplash


저는 '좋은 와인은 언제 마셔도 맛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사실 와인이라는 술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대화하고, 그러다가 그게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매개체 역할을 하다 보니, 좋은 분위기라면 그냥 마시고 즐기자라는 식이거든요!😄


하지만...훨씬 더 높은 가격대의 와인에 있어서 저의 현실은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저도 와인을 좋아하다 보니 평소에 갈망하던 비싼 와인을 가지고 싶은 욕구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와인들은 가지고 싶다고 쉽게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죠...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혹시라도 이런 와인을 갖게 된다면, 저는 소비를 포기하고 당분간은(아니...한참을?) 셀러에 고이 넣어 둘 거예요. 그리고 그 이유는 숙성이나 적정 음용 시기를 기다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분간의 소비를 포기하고 그저 와인을 바라봄으로써 오랜 시간 동안 만족감을 얻겠다는 취지인 것일 거예요.😂 


혹시 또 모르는 일이죠. 수년~수십 년이 지나 언젠가 그 와인을 마시는 날이 왔을 때, 와인의 적정 음용 시기에 대한 제 견해가 바뀌게 될지 말이죠.




오늘은 이렇게 와인의 숙성, 그리고 시음 적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와인은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은 술인 건 분명한데, 이러한 생각을 하는 과정이 전 왜 이렇게 재미난 걸까요?😊 뜨루민들도 와인을 통해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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