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23년 콜라블의 정한호 대표가 강원일보에 기고한 '글로컬(Global+Local) 와인 스토리'의 연재 시리즈입니다.
🍷 글로컬 와인 스토리
1편. 강원도 로컬 음식과 와인의 환상적인 페어링 (23.2.10)
2편. 강릉의 와인 글로컬라이제이션과 새로운 가능성 (23.2.17)
3편. 사업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와인 에티켓 (23.3.3)
4편. 당신의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와인 이야기 (23.3.17)
5편. 중요한 식사 자리를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와인 이야기 (23.3.31)
6편. 보르도 와인이 불러온 (영국-프랑스) 백년전쟁 (23.4.21)
7편.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등급의 숨겨진 이야기 (23.5.19)
8편. 슈퍼 투스칸. 이탈리아 프리미엄 와인의 상징 (23.6.23)
9편. 빈티지에 숨겨진 와인 품질의 진실 (23.7.21)
10편. 와인은 환경 파괴의 주범? (23.9.15)
11편. 프렌치 패러독스. 와인과 건강의 상관관계 (23.10.6)
12편. 삼복더위를 달래줄 여름 음식과 와인 페어링 (23.11.24)
2. 강릉의 와인 글로컬라이제이션과 새로운 가능성
세계의 낯선 향 즐기고 식문화 수준 높아‧‧‧강릉 '와인도시' 최적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를 조합한 합성어다. 스타벅스가 인사동 매장에서 한글 간판을 사용하고 맥도날드가 한국화 메뉴인 불고기버거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기업의 지역 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지역 콘텐츠의 세계시장 공략 또한 ‘글로컬라이제이션’의 또 다른 형태인데 지난해 열린 ‘제1회 강릉와인축제’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운 날씨와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축제 현장을 찾았는데, 축제의 교육사업을 담당했던 우리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향을 즐기는 커피 문화가 발달한 곳인 만큼 향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와인으로 퍼진 듯하다.
와인의 아로마
구분 | 아로마 |
1차 향 (포도 품종) | 아카시아, 장미, 사과, 배, 레몬, 자몽, 복숭아, 파인애플, 딸기, 라즈베리, 레드커런트, 체리,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블루베리, 자두, 피망, 잔디, 민트, 후추, 감초 등 |
2차 향 (양조 과정) | 빵, 토스트, 버터, 치즈, 바닐라, 정향, 육두구, 코코넛, 삼나무, 훈제, 초콜릿, 커피 등 |
3차 향 (병 숙성) | 아몬드, 헤이즐넛, 꿀, 호두, 카라멜, 말린 자두, 무화과, 잼, 가죽, 숲 바닥, 흙, 버섯, 담배, 고기, 농장, 휘발유, 계피 등 |
사실 와인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른 술과 다르게 복합적인 향을 발산한다는 점이다. 레몬, 복숭아, 자몽같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일향은 나름대로 인지할 수 있지만, 블랙커런트, 정향(Clove). 육두구(Nutmeg) 같은 향은 우리 문화에선 다소 생소한 편이다. 와인은 서양에서 넘어온 문화이다 보니 그들이 쉽게 접하는 과일, 식재료에 빗대어 향을 표현하는데, 한국은 환경도 다르고 후각의 인지 범위도 달라 조금 더 어렵게 느끼는 게 당연하다. 한 번은 수업 중에 누군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이 와인에서 어릴 적 시골 할머니네 집에서 나던 냄새가 난다고.” 도대체 어떤 향을 그와 비슷하게 인지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창의적인 표현은 와인을 배우는 데 좋은 습관이다. 와인은 정답을 찾는 것보다 추론하는 과정의 즐거움이 더 큰 술이고, 이런 표현이 자신만의 향과 맛의 기준을 세워주기 때문이다. 수강생의 엉뚱한 대답이 한바탕 큰 웃음을 주긴 했지만, 이참에 정확한 아로마 지식을 전달하고자 한다.
와인의 아로마는 크게 1차, 2차, 3차 향으로 구분하는데 이 향은 후각에서 따로 구분되어 인지되는 영역은 아니고 거의 동시에 느껴지는 편이다. 1차 향은 포도 품종 자체에서 나오는 향으로 주로 꽃, 과일, 허브류, 향신료를 칭한다. 2차 향은 양조 과정에서 더해지는 향으로 효모, 오크 숙성에서 기인한 버터, 바닐라, 정향 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3차 향은 병 숙성을 통해 더해지는 향으로 말린 과일, 가죽, 흙, 버섯, 꿀과 같은 향이다.
이렇게 다채로운 향은 인간과 자연의 적절한 조화로 탄생한다. 와인 양조에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그 고유의 캐릭터를 발산하는데 여기에 토양, 기후, 양조방식에 따라 복합적인 향이 더해진다.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샤르도네(Chardonnay) 품종을 예로 들자면, 서늘한 기후 환경에서는 시트러스(Citrus) 계열이 부각되고 온화하고 따뜻한 기후에서는 파인애플, 바나나같이 잘 익은 열대과일의 향을 발산한다. 또한, 토양에 따라 미네랄 캐릭터가 부여되기도 하는데 주로 석회질의 토양에서 이런 특징을 보여준다. 양조 방식에 따라서도 아로마가 달라지는데 스테인리스 탱크 통을 활용해 과일 캐릭터가 강조되는 신선한 스타일로 만들거나, 오크 숙성을 통해 바닐라, 코코넛, 토스트 풍미가 더해지는 복합적인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와인은 병안에서 또 한 번의 숙성을 거치게 되고 만약 장기 숙성이 가능한 우수한 품질의 와인이라면 병 숙성을 통해 꿀, 견과류 등의 캐릭터가 추가돼 더욱 복합적인 아로마를 선물하게 된다.
이처럼 와인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향은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모두 정확하게 인지하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의식적으로 학습과 경험을 반복하면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해지고, 이때부터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게 된다. 지난 칼럼에 언급했던 것처럼 와인은 세계인이 즐기는 대중적인 술이면서도 페어링은 현지화 전략을 펼칠 수 있어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적합한 술이다. 하지만, 현지화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선 이에 걸맞은 수준 높은 식문화가 필요하고 사람들이 체류할 만한 관광 콘텐츠, 충분한 숙박 시설도 필요하다. 강릉시는 지난 올림픽 개최를 통해 기본적인 인프라는 이미 구축한 상태이고, 산과 바다를 모두 품고 있는 훌륭한 자연조건도 있다. 거기에 와인축제같이 도시에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갖춰 나가고 있어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최근 국가와 지자체에서 외국인 인바운드(Inbound) 관광객 유치를 위해 힘쓰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관광의 측면에서 와인 산업은 도시에 콘텐츠를 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마이스(MICE)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마이스 산업은 21세기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올림픽을 통해 이미 인프라를 보유한 강릉의 시설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대부분의 와인, 식음료 행사는 서울에서 개최되지만 조금씩 새로운 시도의 흐름이 보이는데, 필자가 운영하는 콜라블(Collable)에서도 현재 국내 대사관, 유관협회와의 논의를 통해 강릉에서 첫 와인 MICE 행사를 준비 중이다. 만약 이를 강원도 전체로 범위를 넓혀본다면 양양국제공항, 속초항 국제크루즈터미널과 전국 최대 규모의 와인샵이 있는 춘천시를 중심으로도 새로운 시도가 가능할 것 같다..
강릉에 처음 이주했을 때 나에겐 꽤 충격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가 한낮에 노신사들이 드립 커피 전문점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었다. 소주와 삼겹살이 아닌 각자 원하는 취향의 원두를 골라 드립 커피를 즐기는 모습은 이 도시의 높은 커피 문화 수준을 짐작게 했다. 해외에서 들어온 낯선 향과 문화를 향유하는 도시,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관광자원과 역사, 로컬 음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도시, 강릉시는 상상만으로도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최적화된 도시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난 가끔 침대에 누워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한다. 강릉을 비롯해 강원도 곳곳이 외국인들로 넘쳐나고 전통시장 점포에는 외국인들이 모여 전통음식에 샴페인(Champagne)을 즐기는 모습을. 외국인들이 한 달씩 강릉에 장기 체류하며 워케이션(Work+Vcation의 합성어)을 즐기는 모습을 말이다. 2009년 강릉에서 처음 시작한 ‘제1회 커피축제’도 사실 처음부터 모두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최고의 축제 중 하나로 거듭났듯이 도시에 누적된 성공 경험은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드는 법이다. 그리고, 강릉에서 시작된 그 작은 바람이 강원도 전역으로 확대돼 독특하고 차별화된 글로컬 문화를 만드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정한호 | 콜라블(Collable) 대표
본 콘텐츠는 23년 콜라블의 정한호 대표가 강원일보에 기고한 '글로컬(Global+Local) 와인 스토리'의 연재 시리즈입니다.
🍷 글로컬 와인 스토리
1편. 강원도 로컬 음식과 와인의 환상적인 페어링 (23.2.10)
2편. 강릉의 와인 글로컬라이제이션과 새로운 가능성 (23.2.17)
3편. 사업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와인 에티켓 (23.3.3)
4편. 당신의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와인 이야기 (23.3.17)
5편. 중요한 식사 자리를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와인 이야기 (23.3.31)
6편. 보르도 와인이 불러온 (영국-프랑스) 백년전쟁 (23.4.21)
7편.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등급의 숨겨진 이야기 (23.5.19)
8편. 슈퍼 투스칸. 이탈리아 프리미엄 와인의 상징 (23.6.23)
9편. 빈티지에 숨겨진 와인 품질의 진실 (23.7.21)
10편. 와인은 환경 파괴의 주범? (23.9.15)
11편. 프렌치 패러독스. 와인과 건강의 상관관계 (23.10.6)
12편. 삼복더위를 달래줄 여름 음식과 와인 페어링 (23.11.24)
2. 강릉의 와인 글로컬라이제이션과 새로운 가능성
세계의 낯선 향 즐기고 식문화 수준 높아‧‧‧강릉 '와인도시' 최적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를 조합한 합성어다. 스타벅스가 인사동 매장에서 한글 간판을 사용하고 맥도날드가 한국화 메뉴인 불고기버거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기업의 지역 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지역 콘텐츠의 세계시장 공략 또한 ‘글로컬라이제이션’의 또 다른 형태인데 지난해 열린 ‘제1회 강릉와인축제’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운 날씨와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축제 현장을 찾았는데, 축제의 교육사업을 담당했던 우리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향을 즐기는 커피 문화가 발달한 곳인 만큼 향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와인으로 퍼진 듯하다.
와인의 아로마
(포도 품종)
(양조 과정)
(병 숙성)
사실 와인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른 술과 다르게 복합적인 향을 발산한다는 점이다. 레몬, 복숭아, 자몽같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일향은 나름대로 인지할 수 있지만, 블랙커런트, 정향(Clove). 육두구(Nutmeg) 같은 향은 우리 문화에선 다소 생소한 편이다. 와인은 서양에서 넘어온 문화이다 보니 그들이 쉽게 접하는 과일, 식재료에 빗대어 향을 표현하는데, 한국은 환경도 다르고 후각의 인지 범위도 달라 조금 더 어렵게 느끼는 게 당연하다. 한 번은 수업 중에 누군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이 와인에서 어릴 적 시골 할머니네 집에서 나던 냄새가 난다고.” 도대체 어떤 향을 그와 비슷하게 인지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창의적인 표현은 와인을 배우는 데 좋은 습관이다. 와인은 정답을 찾는 것보다 추론하는 과정의 즐거움이 더 큰 술이고, 이런 표현이 자신만의 향과 맛의 기준을 세워주기 때문이다. 수강생의 엉뚱한 대답이 한바탕 큰 웃음을 주긴 했지만, 이참에 정확한 아로마 지식을 전달하고자 한다.
와인의 아로마는 크게 1차, 2차, 3차 향으로 구분하는데 이 향은 후각에서 따로 구분되어 인지되는 영역은 아니고 거의 동시에 느껴지는 편이다. 1차 향은 포도 품종 자체에서 나오는 향으로 주로 꽃, 과일, 허브류, 향신료를 칭한다. 2차 향은 양조 과정에서 더해지는 향으로 효모, 오크 숙성에서 기인한 버터, 바닐라, 정향 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3차 향은 병 숙성을 통해 더해지는 향으로 말린 과일, 가죽, 흙, 버섯, 꿀과 같은 향이다.
이렇게 다채로운 향은 인간과 자연의 적절한 조화로 탄생한다. 와인 양조에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그 고유의 캐릭터를 발산하는데 여기에 토양, 기후, 양조방식에 따라 복합적인 향이 더해진다.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샤르도네(Chardonnay) 품종을 예로 들자면, 서늘한 기후 환경에서는 시트러스(Citrus) 계열이 부각되고 온화하고 따뜻한 기후에서는 파인애플, 바나나같이 잘 익은 열대과일의 향을 발산한다. 또한, 토양에 따라 미네랄 캐릭터가 부여되기도 하는데 주로 석회질의 토양에서 이런 특징을 보여준다. 양조 방식에 따라서도 아로마가 달라지는데 스테인리스 탱크 통을 활용해 과일 캐릭터가 강조되는 신선한 스타일로 만들거나, 오크 숙성을 통해 바닐라, 코코넛, 토스트 풍미가 더해지는 복합적인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와인은 병안에서 또 한 번의 숙성을 거치게 되고 만약 장기 숙성이 가능한 우수한 품질의 와인이라면 병 숙성을 통해 꿀, 견과류 등의 캐릭터가 추가돼 더욱 복합적인 아로마를 선물하게 된다.
이처럼 와인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향은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모두 정확하게 인지하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의식적으로 학습과 경험을 반복하면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해지고, 이때부터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게 된다. 지난 칼럼에 언급했던 것처럼 와인은 세계인이 즐기는 대중적인 술이면서도 페어링은 현지화 전략을 펼칠 수 있어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적합한 술이다. 하지만, 현지화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선 이에 걸맞은 수준 높은 식문화가 필요하고 사람들이 체류할 만한 관광 콘텐츠, 충분한 숙박 시설도 필요하다. 강릉시는 지난 올림픽 개최를 통해 기본적인 인프라는 이미 구축한 상태이고, 산과 바다를 모두 품고 있는 훌륭한 자연조건도 있다. 거기에 와인축제같이 도시에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갖춰 나가고 있어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최근 국가와 지자체에서 외국인 인바운드(Inbound) 관광객 유치를 위해 힘쓰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관광의 측면에서 와인 산업은 도시에 콘텐츠를 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마이스(MICE)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마이스 산업은 21세기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올림픽을 통해 이미 인프라를 보유한 강릉의 시설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대부분의 와인, 식음료 행사는 서울에서 개최되지만 조금씩 새로운 시도의 흐름이 보이는데, 필자가 운영하는 콜라블(Collable)에서도 현재 국내 대사관, 유관협회와의 논의를 통해 강릉에서 첫 와인 MICE 행사를 준비 중이다. 만약 이를 강원도 전체로 범위를 넓혀본다면 양양국제공항, 속초항 국제크루즈터미널과 전국 최대 규모의 와인샵이 있는 춘천시를 중심으로도 새로운 시도가 가능할 것 같다..
강릉에 처음 이주했을 때 나에겐 꽤 충격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가 한낮에 노신사들이 드립 커피 전문점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었다. 소주와 삼겹살이 아닌 각자 원하는 취향의 원두를 골라 드립 커피를 즐기는 모습은 이 도시의 높은 커피 문화 수준을 짐작게 했다. 해외에서 들어온 낯선 향과 문화를 향유하는 도시,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관광자원과 역사, 로컬 음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도시, 강릉시는 상상만으로도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최적화된 도시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난 가끔 침대에 누워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한다. 강릉을 비롯해 강원도 곳곳이 외국인들로 넘쳐나고 전통시장 점포에는 외국인들이 모여 전통음식에 샴페인(Champagne)을 즐기는 모습을. 외국인들이 한 달씩 강릉에 장기 체류하며 워케이션(Work+Vcation의 합성어)을 즐기는 모습을 말이다. 2009년 강릉에서 처음 시작한 ‘제1회 커피축제’도 사실 처음부터 모두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최고의 축제 중 하나로 거듭났듯이 도시에 누적된 성공 경험은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드는 법이다. 그리고, 강릉에서 시작된 그 작은 바람이 강원도 전역으로 확대돼 독특하고 차별화된 글로컬 문화를 만드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정한호 | 콜라블(Collable)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