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주(酒) 스토리] 1편. 주류 문화 발전과 지역 경제의 상관관계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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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4년 콜라블의 정한호 대표가 강원일보에 기고한 '글로컬(Global+Local) 주(酒) 스토리'의 연재 시리즈입니다.


🍻 글로컬 주(酒) 스토리

1편. 주류 문화 발전과 지역 경제의 상관관계 (24.4.26)

2편. 알기 쉽게 이해하는 위스키 분류법 (24.5.10)

3편. 혹시 지금 위스키 '원샷'하고 있나요?

4편. 십자군 전쟁이 만들어낸 위스키, 코냑의 탄생기

5편. 스카치위스키, 맛을 넘어 거대한 경제효과까지

6편. 맥주는 어쩌다 독일을 대표하는 술이 됐을까?

7편. IPA? 필스너?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맥주의 종류

8편. 미국 독립전쟁의 전리품, 버번 위스키

9편. 금주법 시대, 술과 인간의 욕망 사이

10편. 주류 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급술 육성의 필요성




1편. 주류 문화 발전과 지역 경제의 상관관계

지난해 ‘글로컬(Glocal) 와인 스토리’에 이어 다시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변치 않은 글재주지만 올해는 위스키와 맥주, 흥미로운 인문학 이야기까지 주류 문화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오늘은 전체 칼럼의 뼈대를 잡는 주제를 준비했는데 점점 더 높아지는 지역 내 주류 문화 관심도와 이에 따른 지역 경제의 상관관계를 논하고자 한다. 다소 딱딱한 주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본 글을 통해 주류 문화 발전이 지역 사회에 끼칠 문화적, 경제적 관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주류 시장엔 큰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빠른 트렌드 변화가 돋보이는데, 와인과 전통주 열풍이 잠잠해지고 위스키 바람이 불더니 이제는 데킬라, 럼 같이 다른 증류주로 그 관심사가 넘어가고 있다. 생각보다 유행의 시기가 짧긴 하지만 과거 소주, 맥주로만 대변되던 시장에 다양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전국 곳곳에 개성 있는 양조장과 주류 문화 이벤트도 생겨나고 있는데, 일부 지자체는 주류 산업을 육성해 지역 내 새로운 산업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노력도 엿보인다. 주류 산업은 잘만 육성하면 지역 농산물 소비부터 일자리 창출, 관광객 유입, 브랜딩 효과 등 그 부가가치가 큰 산업이다. 특히나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데 세계의 유명 와이너리, 증류소도 대부분 도심지가 아닌 훌륭한 자연경관을 보유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특성상 체류형 관광이 활성화되고 외식산업 또한 발전하기 좋은 토양을 제공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 지역으로, 보르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 도시보다 미슐랭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보르도에 위치한 생-테밀리옹(Saint-Émilion)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대표 관광지로 유서 깊고 잘 보존된 건축물에 식도락, 자연환경이 더해져 그야말로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생-테밀리옹이 보르도 관광의 전통적인 핵심지라면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이벤트는 보르도의 메독(Medoc) 지역에서 열린다.

 

<보르도 메독 마라톤>

 

이름하여 ‘메독 마라톤’인데 포도밭 사이를 가로지르며 마라톤을 뛰는 행사로 코스 사이사이에 식음료 부스가 위치해 와인, 치즈, 굴,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고 오케스트라 연주까지 펼쳐지는 이색적인 이벤트다. 인구 26만의 중소도시에서 그야말로 커다란 축제의 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농업, 제조업을 넘어 지역 자원과 관광, 서비스를 잘 융복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매년 6백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오는 세계 최고의 맥주 축제,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나 수출액만 10조 원이 넘어가는 스코틀랜드 경제의 핵심인 스카치위스키를 보면 주류 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단순 술로 치부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제법 크다. 한국의 대표 관광지인 강원 지역에서도 조금만 관심을 두고 관련 정책이 수립된다면 기존 산업과의 융복합 잠재력이 큰 분야일 것 같은데 아직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미온적인 태도로 보인다.

 

◾ 일본의 장인정신으로 탄생한 ‘야마자키 위스키(Yamazaki Whiskey)’

 

며칠 전 롯데칠성에서 25년 상반기를 목표로 제주에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식을 듣고 제주 부럽지 않은 자연환경, 물, 그에 더해 훌륭한 관광자원을 보유한 도내에 증류소가 생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롯데칠성의 소주 공장이 이미 도내에 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필자는 사업 초기에 도에서 주관하는 정부지원사업에 적극 지원했는데 당시 발표평가에 가면 늘 받는 단골 질문이 하나 있었다. 바로 “와인, 위스키는 수입 주류인데 강원 지역과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요?”였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는데 “이래서야 계속 감자로 만든 제품만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물론, 우리 술을 장려하는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목적으로 전통주라는 이름만 앞세우거나 중장기적인 품질 발전보다는 단순 보조금 형태로 악용하는 사례도 곳곳에 존재한다. 이는 주류 산업을 하나의 콘텐츠로 이해하기보다는 단순 농업, 제조업의 형태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주류 산업은 일차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 농업, 제조업이 맞지만,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여 문화,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발전 가능한 융복합 산업이다. 잠시 옆 나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일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술은 사케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제 시장에서 사랑받는 술이 바로 위스키다.

 

<일본 야마자키 증류소>

 

그 대표적인 예가 ‘야마자키 위스키(Yamazaki Whiskey)’로, 야마자키의 인기 제품은 현재 웃돈을 주더라도 구하기 어렵고, 오사카와 교토 사이에 있는 증류소 투어는 추첨에 당첨돼야지만 참가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위스키 매니아 중에서는 오직 야마자키 투어만을 위해 일본행 비행기표를 끊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광 수익은 덤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과거 위스키 산업이 국가와 꼭 어떤 상관관계가 있어서 산업을 육성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산업을 육성해 지금의 일본 위스키가 탄생했고, 이 과정에서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더해져 일본만의 고유한 매력을 보유한 제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강원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감자, 황태, 커피도 처음부터 우리의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전통과 혁신이 조화를 이루지 않고 일차원적인 재료 사용, 명소 방문만을 로컬리티로 강조하게 되면 앞으로도 새로운 혁신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다. 일본이 위스키 산업을 육성했던 걸 일본 전통의 훼손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혁신으로 봐야 할지는 개인의 판단기준에 따라 다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지금 당장 경쟁력 있게 산업을 육성하는 건 어렵겠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적어도 10~20년 뒤에는 도내 청년 창업가가 개발한 세계적인 G-Whiskey(Gangwon Whiskey)가 탄생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글로컬(Glocal) 시대에 살고 있다. 전통주, 와인, 위스키, 사케, 데킬라 등 다양한 주종도 결국은 누가, 어디서, 어떤 가치와 정신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우리 것이 되기도 하고 세계적인 것이 되기도 하는 시대인만큼 앞으로는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주류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보는 건 어떨까 싶다.


정한호 | 콜라블(Collabl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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