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24년 콜라블의 정한호 대표가 강원일보에 기고한 '글로컬(Global+Local) 주(酒) 스토리'의 연재 시리즈입니다.
🍻 글로컬 주(酒) 스토리
1편. 주류 문화 발전과 지역 경제의 상관관계 (24.4.19)
2편. 알기 쉽게 이해하는 위스키 분류법 (24.5.10)
3편. 혹시 지금 위스키 '원샷'하고 있나요? (24.5.31)
4편. 십자군 전쟁이 만들어낸 위스키, 코냑의 탄생기 (24.6.28)
5편. 스카치위스키, 맛을 넘어 거대한 경제효과까지 (24.7.19)
6편. 맥주는 어쩌다 독일을 대표하는 술이 됐을까? (24.9.6)
7편. IPA? 필스너?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맥주의 종류 (24.9.27)
8편. 미국 독립전쟁의 전리품, 버번 위스키 (24.11.01)
9편. 금주법 시대, 술과 인간의 욕망 사이 (24.11.22)
10편. 주류 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급술 육성의 필요성 (24.12.20)
9편. 금주법 시대, 술과 인간의 욕망 사이
인류 역사에서 술을 금지한 사건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과거 고려, 조선시대에 민간에서 사사로이 술 빚기를 금지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대부분 식량 확보와 경제적인 문제로 펼쳐진 정책인데 농업 생산성이 낮아진 시기에 식량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처럼 금주 정책은 그 의도와는 다르게 부작용을 낳거나 오히려 자국의 주류 산업을 발전시킨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세금을 피하고자 오크통 숙성을 시작해 품질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온 스코틀랜드와 재료의 규제로 품질의 상향 평준화를 이끈 독일의 맥주 순수령이 있다.
<금주법 시대, 단속원에게 적발되어 버려지는 술들>
◾ 미국 금주법 시대(The Era of Prohibition, 1919~1933년)
인류 역사상 최악의 금주 정책으로 평가되는 미국의 금주법 시대는 영화처럼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이 시기에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는데 바로 미국의 경제 위기, 대공황(Great Depression, 1929~1939년)이다. 한국의 IMF 사태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이 시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 술집에 모여 울적한 마음조차 달랠 수 없다니 상상만 해도 숨 막히는 사회였을 것 같다. 금주법은 단순히 술의 음용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알코올 제조 및 판매, 운반까지 금지했던 법이다.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못했던 건 아니고 가정에서의 음주와 의학용으로 처방받은 술은 음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증류소 폐업이 늘어나고 산업이 붕괴되며 제대로 된 술을 마시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주법으로 피해를 받은 곳은 증류소만이 아니었는데 위스키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농업, 제조, 보관, 물류, 금융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주법으로 약해진 경제 기초가 대공황의 단초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도 발생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밀주의 제작, 밀주를 유통하는 갱들의 난립, 마약 소비 확대 등이 있다. 금주법은 마피아를 비롯해 유럽의 갱단과 수많은 범죄조직을 유입 및 성장시켰다. 영화 대부(The Godfather) 시리즈가 그 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작품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시작된 금주 캠페인이 정작 국민의 치안을 위협하는 범죄사회가 될 것임을 당시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Cocktail, 미국 칵테일 문화는 금주법과 함께 부흥을 맞이한다.>
금주법 시대에 미국에서 태동한 대표적인 문화로는 홈 파티(Home Party), 히든 바(Hidden Bar), 칵테일(Cocktail), 재즈(Jazz)가 있다. 사람들은 밖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니 집에서 파티를 즐기게 되고, 지하 은밀한 곳에는 간판 없는 바가 생겨난다. 그러나, 합법적인 증류소가 운영될 수 없었으니 당시 유통되던 밀주는 품질이 좋지 않았고, 이를 가리기 위해 다양한 음료를 혼합해서 마시는 칵테일 문화로 발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었던 만큼 재즈 음악도 금주법 시대에 크게 성행하게 된다. 1933년 금주법은 고귀한 경험(The Noble Experiment)이라는 자조적인 평가와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이후 위스키 산업이 부활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2000년대 들어서야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21세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버번 위스키
금주법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고 이제는 시대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버번 위스키 몇 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입문용 위스키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버번 위스키 3종은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 버팔로 트레이스(Buffalo Trace), 와일드 터키(Wild Turkey)가 있다. 모두 버번의 강한 타격감과 함께 태운 오크통에서 발생하는 바닐라, 견과류 풍미와 단맛을 보인다. 그중에서는 버팔로 트레이스가 부드러운 편이고 와일드 터키는 가장 묵직한 편이다. 버번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접근성 좋은 가격이다. 대형마트에서 5~7만 원 정도면 엔트리급 위스키를 구매할 수 있는데 10만 원 전후에 판매되는 엔트리급 스카치 싱글몰트에 비해서 확실한 가격 우위가 있다. 가격보다는 취향에 집중하고 싶다면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추천한다. 방법은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라벨을 보지 않고 시음한 뒤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같은 계열의 상호 비교도 좋지만 스카치와 버번을 적절히 혼합해도 좋다. 스카치 위스키는 글렌피딕 12년, 글렌모렌지 12년, 글렌리벳 12년 정도면 적당할 것 같다. 이렇게 마셔보면 확실히 내 취향을 알 수 있는데 만약 버번 쪽이 더 좋았다면 앞으로는 가격을 높여 다른 제품을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Angel's Envy Port Wine Barrels, 포트 와인 오크통에 추가 숙성하여 붉은 색상과 달콤한 과실 향이 매력적이다.>
우드포드 리저브(Woodford Reserve), 1792 스몰배치(1792 Small Batch), 러셀 리저브(Russell’s Reserve), 일라이저 크레이그(Elijah Craig), 엔젤스 엔비(Angel’s Envy) 등 8~10만 원 초반대 제품이면 괜찮을 것 같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이런 제품들은 강원 지역 내 유통되지 않는 곳들이 많다는 점인데 전국에서도 최상급 규모를 자랑하는 춘천세계주류마켓이나 수도권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방문하면 보다 다양한 위스키를 만날 수 있다. 만약, 선물용으로 고가의 버번 위스키 한 종이 필요하다면 부커스(Booker’s)를 권하고 싶다. 미국 최대의 증류소인 짐빔(Jim Beam)의 최상급 라인으로 버번 캐릭터를 잘 살리면서도 단점은 보완한 위스키다. 국내 소매점에선 비싸고 수량도 제한적이라는 게 아쉽지만 미국 또는 면세점에서 만난다면 한 번쯤 구매해 봤으면 한다. 국내 소매가는 30만 원 전후이다. 개인적으로 데일리 버번 위스키는 특유의 매니큐어 아세톤 냄새가 구매를 망설여지게 하는데 부커스는 이런 단점이 잘 보완됐다. 단, 알코올 도수가 60도에 가까우니 그날의 컨디션과 내 취향에 따라 니트(Neat), 온더락(On the Rocks) 중 편안한 방법으로 즐기면 되겠다.
<Booker's, 가장 추천하고 싶은 프리미엄 버번 위스키>
금주법으로 무너진 생태계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버번 위스키는 이제부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버번은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와 단순한 캐릭터로 일부 저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나파밸리가 프랑스 부르고뉴, 보르도에 버금가는 와인 산지가 된 걸 보면 거대 시장 미국을 끼고 있다는 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잠재력이다. 앞으로 스카치 위스키의 아성에 도전할 버번 위스키의 행보를 흐뭇하게 지켜보도록 하자.
정한호 | 콜라블(Collable) 대표
본 콘텐츠는 24년 콜라블의 정한호 대표가 강원일보에 기고한 '글로컬(Global+Local) 주(酒) 스토리'의 연재 시리즈입니다.
🍻 글로컬 주(酒) 스토리
1편. 주류 문화 발전과 지역 경제의 상관관계 (24.4.19)
2편. 알기 쉽게 이해하는 위스키 분류법 (24.5.10)
3편. 혹시 지금 위스키 '원샷'하고 있나요? (24.5.31)
4편. 십자군 전쟁이 만들어낸 위스키, 코냑의 탄생기 (24.6.28)
5편. 스카치위스키, 맛을 넘어 거대한 경제효과까지 (24.7.19)
6편. 맥주는 어쩌다 독일을 대표하는 술이 됐을까? (24.9.6)
7편. IPA? 필스너?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맥주의 종류 (24.9.27)
8편. 미국 독립전쟁의 전리품, 버번 위스키 (24.11.01)
9편. 금주법 시대, 술과 인간의 욕망 사이 (24.11.22)
10편. 주류 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급술 육성의 필요성 (24.12.20)
9편. 금주법 시대, 술과 인간의 욕망 사이
인류 역사에서 술을 금지한 사건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과거 고려, 조선시대에 민간에서 사사로이 술 빚기를 금지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대부분 식량 확보와 경제적인 문제로 펼쳐진 정책인데 농업 생산성이 낮아진 시기에 식량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처럼 금주 정책은 그 의도와는 다르게 부작용을 낳거나 오히려 자국의 주류 산업을 발전시킨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세금을 피하고자 오크통 숙성을 시작해 품질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온 스코틀랜드와 재료의 규제로 품질의 상향 평준화를 이끈 독일의 맥주 순수령이 있다.
<금주법 시대, 단속원에게 적발되어 버려지는 술들>
◾ 미국 금주법 시대(The Era of Prohibition, 1919~1933년)
인류 역사상 최악의 금주 정책으로 평가되는 미국의 금주법 시대는 영화처럼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이 시기에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는데 바로 미국의 경제 위기, 대공황(Great Depression, 1929~1939년)이다. 한국의 IMF 사태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이 시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 술집에 모여 울적한 마음조차 달랠 수 없다니 상상만 해도 숨 막히는 사회였을 것 같다. 금주법은 단순히 술의 음용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알코올 제조 및 판매, 운반까지 금지했던 법이다.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못했던 건 아니고 가정에서의 음주와 의학용으로 처방받은 술은 음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증류소 폐업이 늘어나고 산업이 붕괴되며 제대로 된 술을 마시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주법으로 피해를 받은 곳은 증류소만이 아니었는데 위스키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농업, 제조, 보관, 물류, 금융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주법으로 약해진 경제 기초가 대공황의 단초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도 발생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밀주의 제작, 밀주를 유통하는 갱들의 난립, 마약 소비 확대 등이 있다. 금주법은 마피아를 비롯해 유럽의 갱단과 수많은 범죄조직을 유입 및 성장시켰다. 영화 대부(The Godfather) 시리즈가 그 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작품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시작된 금주 캠페인이 정작 국민의 치안을 위협하는 범죄사회가 될 것임을 당시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Cocktail, 미국 칵테일 문화는 금주법과 함께 부흥을 맞이한다.>
금주법 시대에 미국에서 태동한 대표적인 문화로는 홈 파티(Home Party), 히든 바(Hidden Bar), 칵테일(Cocktail), 재즈(Jazz)가 있다. 사람들은 밖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니 집에서 파티를 즐기게 되고, 지하 은밀한 곳에는 간판 없는 바가 생겨난다. 그러나, 합법적인 증류소가 운영될 수 없었으니 당시 유통되던 밀주는 품질이 좋지 않았고, 이를 가리기 위해 다양한 음료를 혼합해서 마시는 칵테일 문화로 발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었던 만큼 재즈 음악도 금주법 시대에 크게 성행하게 된다. 1933년 금주법은 고귀한 경험(The Noble Experiment)이라는 자조적인 평가와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이후 위스키 산업이 부활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2000년대 들어서야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21세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버번 위스키
금주법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고 이제는 시대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버번 위스키 몇 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입문용 위스키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버번 위스키 3종은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 버팔로 트레이스(Buffalo Trace), 와일드 터키(Wild Turkey)가 있다. 모두 버번의 강한 타격감과 함께 태운 오크통에서 발생하는 바닐라, 견과류 풍미와 단맛을 보인다. 그중에서는 버팔로 트레이스가 부드러운 편이고 와일드 터키는 가장 묵직한 편이다. 버번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접근성 좋은 가격이다. 대형마트에서 5~7만 원 정도면 엔트리급 위스키를 구매할 수 있는데 10만 원 전후에 판매되는 엔트리급 스카치 싱글몰트에 비해서 확실한 가격 우위가 있다. 가격보다는 취향에 집중하고 싶다면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추천한다. 방법은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라벨을 보지 않고 시음한 뒤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같은 계열의 상호 비교도 좋지만 스카치와 버번을 적절히 혼합해도 좋다. 스카치 위스키는 글렌피딕 12년, 글렌모렌지 12년, 글렌리벳 12년 정도면 적당할 것 같다. 이렇게 마셔보면 확실히 내 취향을 알 수 있는데 만약 버번 쪽이 더 좋았다면 앞으로는 가격을 높여 다른 제품을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Angel's Envy Port Wine Barrels, 포트 와인 오크통에 추가 숙성하여 붉은 색상과 달콤한 과실 향이 매력적이다.>
우드포드 리저브(Woodford Reserve), 1792 스몰배치(1792 Small Batch), 러셀 리저브(Russell’s Reserve), 일라이저 크레이그(Elijah Craig), 엔젤스 엔비(Angel’s Envy) 등 8~10만 원 초반대 제품이면 괜찮을 것 같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이런 제품들은 강원 지역 내 유통되지 않는 곳들이 많다는 점인데 전국에서도 최상급 규모를 자랑하는 춘천세계주류마켓이나 수도권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방문하면 보다 다양한 위스키를 만날 수 있다. 만약, 선물용으로 고가의 버번 위스키 한 종이 필요하다면 부커스(Booker’s)를 권하고 싶다. 미국 최대의 증류소인 짐빔(Jim Beam)의 최상급 라인으로 버번 캐릭터를 잘 살리면서도 단점은 보완한 위스키다. 국내 소매점에선 비싸고 수량도 제한적이라는 게 아쉽지만 미국 또는 면세점에서 만난다면 한 번쯤 구매해 봤으면 한다. 국내 소매가는 30만 원 전후이다. 개인적으로 데일리 버번 위스키는 특유의 매니큐어 아세톤 냄새가 구매를 망설여지게 하는데 부커스는 이런 단점이 잘 보완됐다. 단, 알코올 도수가 60도에 가까우니 그날의 컨디션과 내 취향에 따라 니트(Neat), 온더락(On the Rocks) 중 편안한 방법으로 즐기면 되겠다.
<Booker's, 가장 추천하고 싶은 프리미엄 버번 위스키>
금주법으로 무너진 생태계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버번 위스키는 이제부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버번은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와 단순한 캐릭터로 일부 저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나파밸리가 프랑스 부르고뉴, 보르도에 버금가는 와인 산지가 된 걸 보면 거대 시장 미국을 끼고 있다는 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잠재력이다. 앞으로 스카치 위스키의 아성에 도전할 버번 위스키의 행보를 흐뭇하게 지켜보도록 하자.
정한호 | 콜라블(Collable)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