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와인 스토리] 8편. 슈퍼 투스칸, 이탈리아 프리미엄 와인의 상징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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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23년 콜라블의 정한호 대표가 강원일보에 기고한 '글로컬(Global+Local) 와인 스토리'의 연재 시리즈입니다.


🍷 글로컬 와인 스토리

1편. 강원도 로컬 음식과 와인의 환상적인 페어링 (23.2.10)

2편. 강릉의 와인 글로컬라이제이션과 새로운 가능성 (23.2.17)

3편. 사업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와인 에티켓 (23.3.3)

4편. 당신의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와인 이야기 (23.3.17)

5편. 중요한 식사 자리를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와인 이야기 (23.3.31)

6편. 보르도 와인이 불러온 (영국-프랑스) 백년전쟁 (23.4.21)

7편.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등급의 숨겨진 이야기 (23.5.19)

8편. 슈퍼 투스칸, 이탈리아 프리미엄 와인의 상징 (23.6.23)

9편. 빈티지에 숨겨진 와인 품질의 진실 (23.7.21)

10편. 와인은 환경 파괴의 주범? (23.9.15)

11편. 프렌치 패러독스. 와인과 건강의 상관관계 (23.10.6)

12편. 삼복더위를 달래줄 여름 음식과 와인 페어링 (23.11.24)




8. 슈퍼 투스칸, 이탈리아 프리미엄 와인의 상징

'와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가는 어디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를 떠올릴 것 같은데, 그만큼 현대 와인에서 프랑스의 위상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리고 이런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국가가 있으니 바로 이탈리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인들에게 이러한 대중들의 인식은 반갑지 않은 사실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는 오랜 기간 와인 종주국을 자처해 오며, 와인에 관한 자신들의 전통성이나 방식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전통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방식으로 이탈리아 와인을 세계적인 대열에 오르게 한 와인이 있으니, 바로 오늘의 주제 ‘슈퍼 토스카나/투스칸(Super Toscana/Tuscans)’이다.


◾ 지는 해 이탈리아, 뜨는 해 프랑스

이탈리아 콜로세움


이탈리아는 기원전 8세기 로마 제국을 건설할 당시부터 유럽 전역에 와인 산업을 전파한 장본인이다. 이러한 이유로 와인 종주국이라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이를 증명하듯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20개 주(州) 모든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각 산지에는 오랜 기간 와인을 만들어 온 수많은 토착 품종이 있고, 그중에선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와인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이는 이탈리아 와인의 현대화를 막는 양날의 검과도 같았는데, 비교적 최근인 1960년대까지도 반드시 해당 지역의 토착 품종만을 사용해 와인을 생산해야 하는 보수적인 규정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은 현대적인 양조법과 최첨단 시설로 품질의 혁신을 꾀하는 세계적인 트렌드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이탈리아와 다른 행보를 보인 대표적인 국가가 있었으니, 바로 서두에 언급한 프랑스이다. 앞서 말했듯이 와인 산업의 역사로 볼 때 프랑스는 이탈리아의 후발 주자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정치적 안정을 기반으로 와인 산업을 일찍부터 정비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1935년에 도입된 AOC(Appellation d’Originee Contrôlée, 원산지 명칭 통제법)* 시스템이다. 프랑스는 이를 통해 포도의 재배부터 와인이 생산되기까지의 과정 전반을 관리·통제하기 시작했고, 생산되는 모든 와인에 일종의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와인 산업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간 다. 그리고 체계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한 프랑스의 와인은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AOC: 현재는 AOP(Appellation d’Origin Protégée)로 명칭이 바뀌었다. 하지만 기존의 AOC라는 표현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프랑스의 모습을 목격한 이탈리아도 체계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프랑스의 AOC 제도와 유사한 DOC(원산지 명칭 통제법) 제도를 1963년에 도입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와인 산업을 정비해 나가고자 했다.


◾ 토스카나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

이탈리아 토스카나 와이너리 전경


하지만 이러한 체계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와인 산업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세기 초에 있었던 두 번의 세계 대전과 경제 대공황의 여파로 당시 토스카나 지역의 경제 상황은 최악에 치달아 있었고, 더군다나 이탈리아 와인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팽배하던 시기와도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토스카나주의 와인 산업에 큰 반향을 일으킨 중요한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바로 토스카나주에서 규정하는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생겨난 것이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 토스카나 지역 와인 생산자 중 일부는 정부가 규정하는 방식대로 와인을 생산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역의 대표 와인인 <Chianti, 끼안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 뿐만 아니라 청포도 품종도 반드시 섞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청포도의 혼합이 와인의 품질을 떨어뜨린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규정대로 와인을 만들어야만 상위 등급을 부여하던 당시의 시스템 상 많은 생산자들은 이 규정에 따라 와인을 생산하고 있었고, 이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일부 생산자들은 등급을 포기하더라도 청포도를 배제하고 와인을 만들고자 했다. 심지어 또 다른 생산자들은 지역의 토착 품종이 아닌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 지역에서 재배하는 품종들을 도입하여 규정에는 완전히 어긋나지만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는 시도도 감행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이탈리아는 오랜 기간 와인 종주국을 자처해 오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던 국가였고, 재배하는 품종이나 생산하는 대부분의 와인은 토착 품종을 기반으로 만들어야 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자신들의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품종을 도입해서 와인을 만든 것이다. 이탈리아로서는 얼마나 자존심 구기는 일이었는지 상상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슈퍼 투스칸(Super Tuscans)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와인 중 지금까지도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와인이 바로 <Sassicaia, 사시까이아>이다. 1968년 빈티지가 생산될 당시에는 토착 품종을 사용하지 않아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최하위 등급인 Vino da Tavola를 받는다. 하지만 와인의 품질과 가격 면에서는 상위 등급인 DOC나 DOCG 등급의 와인을 훨씬 넘어섰기에 이 와인은 세간의 열렬한 찬사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와인들은 슈퍼 토스카나(Super Toscana), 슈퍼 투스칸(Super Tuscans) 등으로 불리게 된다. 쉽게 말해 기존 토스카나 지역의 와인을 뛰어넘는 아주 우수한 품질의 와인이라는 별칭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슈퍼 토스카나는 토스카나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와인의 명성을 되찾아 주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들 슈퍼 토스카나로 불리는 와인들은 보르도 품종만을 사용한다고 알고 있기도 한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보르도 품종을 주품종으로 하면서 지역의 토착 품종을 혼합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슈퍼 토스카나라는 명칭을 구체적으로 정의해 본다면 ‘포도 품종 및 양조 과정에서 전통적인 방식과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생산한 이탈리아 프리미엄 레드 와인’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통은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보존하는데 분명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전통의 가치는 살리면서도 새로운 혁신을 더하는 슈퍼 토스카나의 지혜를 우리 사회에도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정한호 | 콜라블(Collabl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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